후두둑..쏴아~~~
굴참나무 잎을 흔들어 대며 요란스럽게 울리는 그 소리는
네번째 잠에서 깨어난 누에의 뽕잎 먹는 소리가 분명했다..
이미 자랄대로 자란 누에의 쉼없이 먹어대는 소리는
흡사 여름철 지나는 소나기 소리다.
뽕잎이 파릇하게 돋을 무렵 알에서 나온 누에는
달포쯤 지나면 네번의 잠을 자고 일어나
부지런히 먹기를 한 열흘쯤이나 될까
입으로는 고운 명주실을 뽑아 집을 짓고
다음생을 위한 환골탈태를 준비한다.
누에가 다음 생을 알고 하는 일은 아니겠지만
한치 앞을 내다 보지 못하는 인간도 어리석기는 멀지 않다.
빗줄기 속에서도
하얀 나비 한마리가 젖은 날개를 애써 털면서
빗 속을 피해 분주히 상수리 나무 주변을 맴돈다.
썩은 나무둥치 어딘가에 구르던 애벌레가
저렇게 아름다운 나비로 환생하였는데
애벌레는 다음생을 모르고 나비로 환생했지만
애벌레의 다음생을 우리가 알듯이..
어떤 절대자는 우리의 다음 생을 알지 않을까..
어느 종교나 어떤 방식으로든 다음 세상을 말하고 있는데
나의 다음 생은 어떤 형태가 될까..
인적없는 형제봉에는 어느 뜻있는 行者가 있어 보시(布施)를 했는가
낱알이 군데군데 뿌려져 있고..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돌부리에 혼자 앉은 내 모습은 아랑곳 않고
어치 한마리가 빗 속에서도 뱃 속을 채우기에 급급하다.
까마귀과라도 겉이 까맣지 않은 황색 머리에 남색 날개까지 예쁜 모습..
겉이 까만 까마귀는 보기부터 별로 탐탁치 않은 느낌인데
세상을 살아 오면서 눈에 보이는 겉모습에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가지고 살았던가.
소나무 잔가지를 타고 넘던 다람쥐 한마리가 낯선 내 모습에 가던 발길 멈춘다
이 땅에 함께 어울려 사는 모습이 원래부터 이리 낯설지는 않았을 터인데
언제부터인가
광교산의 본주인들도 마음 편히 사는 날들이 그리 흔치는 않은 세상이 되었다.
후두둑 쏴아~~~~~~~~~~
서풍에 실리는 빗줄기에
문득 미안한 마음이 일어 자리에서 일어난다.
마른 장마 끝에 내리는 빗줄기는 온 몸을 적시는데
억새밭을 타고 넘는 구름 안개 속에
광교산도 젖어 들고 내마음도 젖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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